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空氣의 힘 - 202408 월간조선

空気の研究 - 山本七平。1977年 4월 문예춘추. 

 

일본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법률이나 조례가 아니라 공기이다. 외국에서는 벌칙이나 의무 룰이 사람들을 통제하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공기가 사람을 통제한다. 

일본에서는 공기에 반항하는 것은 죄이고 이것에 반하면 최소한 村八分 むらはちぶ (습관이나 룰을 지키지 않는 자에 대한 제재행위. 주민이 결속해서 교제를 끊는 일. 공동절교. 특정의 주민을 배척 )에 처한다. 

공기는 절대적 권력을 가진 요괴이고 초능력이다. 

 

◑ 202408 월간조선

 

일본 호쿠리쿠 지방의 어느 거리, 한 남성이 운전하는 차가 벽으로 돌진한다. 운전자는 스물여덟, 회사에 다니며 한창 열심히 일하던 청년이었다. 남성은 결국 사망했다. 사고였을까? 충돌 직전 브레이크 페달을 밟은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청년은 사고 전날, 부모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제는 한계다’, 그가 남긴 말이었다. 무슨 뜻이었을까. 장례를 치른 후 부모는 아들의 짐을 챙기러 회사에 갔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인사에도 대답하는 이는 없었다. 부모는 아들의 죽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들 가족은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즉 ‘통일교’의 신자였다. 2023년 초여름 어느 날의 일이다.
 
 
  종교의 자유는 문명의 상징
 
  1년 후인 지난 7월 22일 국제종교자유정상회의(IRF) 서밋 아시아(Summit Asia)가 일본 도쿄 뉴오타니호텔에서 열렸다. 이름 그대로 전 세계의 종교의 자유 침해 현황을 점검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콘퍼런스다. 7월 22일과 23일 양일간 진행됐는데, 기자는 22일 행사를 지켜봤다.
 
  이 자리에는 미 캔자스 주지사와 공화당 상원의원을 지낸 샘 브라운백 공동의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 국무장관이 참석했다. 브라운백 의장은 중국 내 종교의 자유 문제를 강하게 지적했다. 그는 “종교의 자유는 영혼의 자유이자 문명의 상징”이라며 “중국은 세 가지 제노사이드(genocide·집단학살)를 저지르고 있다. 파룬궁을 박해하고 티베트와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종교의 자유를 말살하고 있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전 장관 역시 위구르 자치구 문제를 언급했다. 질의응답 시간이 되자 한 일본인이 폼페이오 장관에게 질문을 던졌다.
 
  “저는 통일교라 불리는 가정연합의 회원입니다. 일본 정부는 우리 교회를 해산하겠다고 선언하고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신자들의 의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종교 박해에 대한 의견이 궁금합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렇게 답했다.
 
  “교회를 해산하는 것은 실수이자, 일본에 있어서 해가 될 겁니다. 어떤 종교의 신자들이 법을 어겼다면, 그에 맞는 공정한 절차가 필요합니다. 일본 정부가 이 문제를 잘 검토해 더 나은 결정을 내리길 바랍니다.”
 
  이게 무슨 얘기인지 이해가 잘 안 될 수도 있겠다. 중국이나 북한, 중동이 아닌 일본에서 종교의 자유가 침해되고 있다니. 이 상황을 이해하려면 2년 전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아베 암살범 2년째 재판 안 열려

 

2022년 7월 8일 11시32분경,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가 총탄에 맞았다. 그는 제26회 일본 참의원 의원 선거를 앞두고 나라시에서 지원 유세를 하고 있었다. 연설을 하고 있는 그의 뒤편에서 총이 격발 됐다.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다시 한번 총소리가 들렸다. 직접 만든 총으로 아베 총리를 쏜 남성은 그 자리에서 체포됐다. 남성과 아베 총리와의 거리는 불과 7~8m였다. 아베 총리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절명했다.
 
  곧 암살범의 신원이 밝혀졌다. 야마가미 데쓰야(당시 41), 범행 당시 20대에 3년여간 해상자위대원으로 복무한 경력을 제외하곤 무직이었다. 이 사건은 기본적으로 ‘경호 실패’에 해당한다. 2000년대 이후 전 세계에서 일어난 요인(要人) 암살 중 가장 이해하기 힘든 축에 든다. 아베가 누구인가. 총리 퇴임 후에도 여전한 영향력으로 ‘상왕(上王)’이라 불리던 일본 보수 정치의 아이콘이다. 사적 일정도 아니고 선거 유세 중이었다. 경호 대상자가 서 있는 방향 기준 뒤쪽을 확실히 방비하는 것은 경호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전문적인 청부업자도 아닌 일반인이 쉽게 7m 거리까지 다가와 유유히 총을 그것도 두 번이나 격발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난 거다.
 
  20년 전인 2002년 7월 14일 프랑스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자크 시라크 당시 프랑스 대통령이 암살을 당할 뻔했다. 시라크 대통령은 프랑스 대혁명 기념일을 맞아 군대를 사열 중이었다. 극우파 청년 1명이 40~50m가량 거리에서 22구경 소총을 발사했다. 다행히 초탄은 불발됐고, 범인이 그 자리에서 즉시 제압된 덕에 시라크 대통령은 무사했다.
 
  지난 7월 15일엔 미국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가 일어났다. 대선 유세 연설 중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머리를 겨냥한 총탄은 귀를 스쳐가는 데서 그쳤다. 범인은 그 자리에서 사살됐다. 이로부터 일주일 후인 7월 22일 미 국회에서는 청문회가 열렸다. 증인으로 참석한 비밀경호국(SS) 킴벌리 치틀 국장에게 엄청난 비난이 쏟아졌다. 민주당, 공화당 가리지 않고 의원들은 일제히 그에게 사퇴를 요구했다.
 
 
  암살범에게 쏟아지는 후원금

 

만약 한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면 국회에서 바로 청문회가 열렸을 것이다. 일본은 어땠을까. 국회 차원에서 경호 책임자를 불러 청문회를 열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심지어 암살 용의자 야마가미 데쓰야에 대한 재판도 오리무중이다. 재판에 대한 ‘정리 작업’만 4차례 있었을 뿐이다. 아베 암살에 대한 의문점이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이유다.
 
  도대체 어떻게 아무런 제지 없이 7m 거리까지 접근할 수 있었을까? 야마가미가 인터넷으로 자료를 찾아 만들었다는 총에서 발사된 총알 12알 중 1발은 아베 전 총리의 몸속에서 발견됐다. 나머지 11발의 행방은 밝혀지지 않았다. 살해 도구를 확보하는 것 역시 수사의 기본 중의 기본인데 이 역시 확실하지 않은 것이다.
 
  대신 통일교가 부각됐다. 통일교의 정식 명칭은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가정연합)이다. 흔히 ‘통일교’라 불리기에 기사에서는 통일교와 가정연합을 함께 쓰겠다.
 
  암살 직후부터 일본 언론에서는 이런 기사가 여러 건 보도됐다. “야마가미의 어머니는 통일교 신자가 된 후 거액의 헌금을 바치고 가정을 돌보지 않았다. 야마가미는 통일교에 원한을 갖게 되어 통일교와 연관이 있는 아베 전 총리를 죽였다.”
 
  그러면서 야마가미는 마치 피해자인 것처럼 조명됐다. 일본에서는 통일교 등 신흥 종교들을 믿는 부모를 둔 자녀를 ‘종교 2세’라 부른다. 야마가미가 종교 2세로서 피해를 입었고, 그 결과 아베를 암살했다는 식의 이야기가 퍼졌다. 야마가미에게는 수백만 엔(수천만원)의 후원금이 쇄도했다. 야마가미의 감형을 요구하는 서명 활동을 벌인 단체도 있다. 엄연히 현장에서 체포된 살인 용의자인데도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는 가정연합에 대한 해산을 청구했다. 모리야마 마사히토(盛山正仁) 문부과학성 대신은 2023년 10월 13일 통일교에 대한 해산 명령을 도쿄지법에 청구했다. 그는 “지난 1년 동안 심의회에서 신중한 논의를 해왔다. 질문권(조사)을 행사하고 170명이 넘는 피해자 정보를 수집해 세부적으로 검토해 왔다”며 “이 결과를 토대로 (통일교에 대한) 해산 명령을 청구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종교 법인에 대해 해산 명령을 청구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금까지 다섯 차례 청구했다. 이 중 해산이 확정된 곳은 두 곳이다. ‘옴진리교’와 ‘명각사’다.
 
  옴진리교는 도쿄 한가운데에서 대형 테러를 일으킨 종교 집단이다. 1995년 3월 20일 도쿄 지하철 3개 노선 5개 차량에서 사린가스를 살포했다. 출근하던 승객 13명이 숨지고 6200여 명이 부상당했다. 이들이 과거 저질렀던 범죄도 드러났다. 옴진리교 피해자 모임을 만들어 활동하던 사카모토 쓰쓰미 변호사 일가족 3명을 1989년에 살해한 것이 밝혀졌다. 일본 검찰은 사린가스 테러를 두고 192명을 기소했다. 아사하라 쇼코 교주를 포함해 주모자 13명이 사형 선고를 받았다. 주모자 13명에 대한 사형은 2019년 집행됐다. 일본 정부는 1995년 옴진리교에 대한 종교 법인 해산을 청구했고, 1996년 1월 해산이 최종 확정됐다.
 
  명각사는 교주를 비롯한 간부들의 사기 행위가 드러난 경우다. 1999년 해산이 청구됐고, 2002년 확정됐다. 해산 명령이 기각된 곳은 염법진교, 호우유노회, 세계구세교 3개 단체다. 이들 단체들이 저지른 범죄는 다양하다. 교주가 여성 신자를 강간하고 병자인 신자에게 고행을 강요해 사망한 경우, 교주와 신자 7명이 신자를 폭행하고 익사하게 한 경우, 교단 간부들이 신령요법으로 신도를 사망하게 한 경우 등이었다. 그런데도 해산이 기각됐다.
 
  일본에서 가정연합의 종교 법인 인정은 1964년 이뤄졌다. 이후 60년간 형사 사건에 연루된 경우는 없었다. 민사 사건에 연루된 경우는 있었는데 주로 헌금 관련이었다.
 
 
  가정연합과 자민당
 
  2022년 9월 일본 국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일본 정부의 담당자는 “가정연합은 형사처벌을 받은 적이 없어 법원에 해산 명령을 청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 달 뒤 일본 정부 내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기시다 총리가 “민법상 불법행위도 해산 요건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발언하면서다. 그러면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단체와 관계를 단절한다”고 선언했다. 이것이 아베 암살 이후 일본에서 벌어진 일들이다.
 
  세 가지 의문점이 든다. 첫째, 가정연합과 아베 전 총리는 어떤 관계일까?
 
  사건 이후 자민당은 자체적으로 가정연합과 접점이 있는 의원들을 조사했다. 여기서의 접점이란 가정연합 행사에 축전을 보냈거나 가정연합 측 인사와 만난 것 등을 말한다. 그 결과 절반에 가까운 179명의 의원이 접점이 있다고 발표했다. 아베 전 총리 역시 가정연합 행사에 동영상 축사를 보낸 적이 있다.
 
  일본 정계와 가정연합의 접점은 6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문선명(文鮮明·1920~2012년) 전 가정연합 총재는 1968년 국제승공연합(國際勝共連合)을 만들었다. ‘승공(勝共)’은 반공(反共) 운동의 통일교식 표현이다. 문 전 총재는 일본에서 자민당 정치인들과 손잡고 반공산주의 운동을 펼쳤다. 기시 노부스케(아베 전 총리의 외할아버지), 나카소네 야스히로, 아베 신타로(아베 전 총리의 부친) 등 쟁쟁한 정치인들이 반공산주의 운동에 함께했다. 가정연합은 승공연합을 통해 반공산주의 운동을 지원했다. 아베 전 총리도 그 흐름을 이어받은 거라 할 수 있다.
 
  흥미로운 건 기시다 총리는 애초 자신은 ‘가정연합과 접점이 없다’고 말했다는 사실이다. 이후 2022년 12월 4일 《아사히신문》은 기시다 총리의 발표는 거짓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며 기시다 총리가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을 맡았던 시기, 뉴트 깅리치 전 미국 하원의장을 면담했는데 이 자리에 가정연합 관련 단체 간부가 함께한 사진을 공개했다.
 
 
  인기 없는 기시다 총리

 

두 번째 의문이다. 그렇다면 기시다 총리는 왜 갑자기 법령에 대한 해석을 바꿔가며 가정연합 해산을 청구했을까. 아베파를 궁지로 몰아넣으려는 게 아닌가 하는 시각이 있다. 일본은 오랫동안 자민당이 일당 독재나 다름없이 통치해왔다. 자민당 내에는 여러 파벌이 존재한다. 아베파는 세이와 정책연구회, 기시다파는 굉지회, 아소파는 지공회, 니카이파는 지수회인 식이다. 각 파벌이 경쟁하며 총리를 배출해 왔다. 사실상 파벌들이 정당 속 정당의 역할을 해온 셈이다.
 
  자민당 내에서 아베파(99명)는 다수파, 기시다파(46명)는 소수파로 분류된다. 주로 아베파 의원들이 가정연합과 접점이 있다는 점을 빌미로 소수파인 기시다파가 승기를 잡았다. 아베파에 속하는 주요 각료들과 당직자들은 사임을 하거나 입지가 약해졌다. 아베파에 속하는 차기 총리 후보자들은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게 됐다. 이 결과 기시다 총리는 아직도 총리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의 지지율은 7월 중순 기준 15.5%를 기록했다. 일본의 민영방송 JNN이 조사해 8월 5일 발표한 여론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70%는 9월에 예정된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기시다 총리가 교체되는 것이 좋다’고 답했다. 자민당 지지층 중 60%가량이 ‘기시다 총리를 교체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일본공산당과 가정연합의 갈등
 
  일본 정계엔 ‘아오키 법칙’이란 게 있다. 참의원(4선)과 내각관방 장관을 지낸 아오키 미키오(靑木幹雄) 전 의원이 주장한 일종의 경험칙이다. ‘내각 지지율과 정당 지지율의 합계가 50% 이하로 떨어지면 총리가 퇴진하게 된다’는 법칙이다. 지지율이 그쯤 되면 정권 유지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아오키 법칙으로 보면 기시다 총리는 언제 퇴진해도 이상하지 않은 지경에 있다. 아오키율이 50% 언저리로 떨어졌다. 그런데 총리직을 유지하고 있다. ‘통일교와의 접점’, 그리고 자민당 정치자금 스캔들 때문에 자민당이 아수라장이 된 덕이다. 자민당 정치자금 스캔들은 2022년 11월 《아카하타》(일본공산당이 발행하는 신문)가 자민당의 정치자금법 위반을 보도하며 시작됐다. 공교롭게도 아베 암살이 있고 나서 반년도 되지 않아 불거졌다. 이 결과 아베파인 세이와를 시작으로 굉지회, 지수회가 자진 해산을 선언했다. 파벌이 해산된 상황에서 파벌을 중심으로 한 기존 정치 셈법이 작용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파벌이 만든 일본 총리가 파벌이 사라진 덕에 총리직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자민당 파벌 해체의 포문을 연 일본공산당은 가정연합과 어떤 사이일까. 7월 23일 도쿄에서 만난 다나카 도미히로(田中富廣) 일본 가정연합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교토는 오랫동안 공산당이 통치해왔습니다. 승공연합은 교토에서의 공산당의 아성을 무너뜨리려 했습니다. 문자 그대로 목숨을 건 싸움이 일어났지요. 결국 1978년 교토부지사 선거에서 공산당이 졌습니다. 그때의 원한이 50년 동안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베 전 총리가 암살된 직후인 2022년 7월 12일 전국영감상법대책변호사연락회(전국변련)가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전국변련은 공산주의 사상을 가진 변호사들의 모임입니다. 이들은 야마가미 용의자나 사건이 아닌 가정연합을 내세웠습니다. ‘가정연합은 반사회적 단체다. 해산해야 된다.’ 4일 후엔 가정연합에 대한 해산 청구도 했습니다.”
 
 
  종교 법인 해산되면 자산 몰수

 

세 번째 의문이다. 야마가미의 모친은 정말 통일교에 빠져 거액을 바쳤을까?
 
  일본 가정연합 측의 설명을 인용하면 이렇다. 야마가미의 아버지와 형이 모두 자살을 했다고 한다. 통일교에서는 교리상 자살을 금기시한다. 야마가미의 어머니는 자살한 남편과 아들을 위해 교회에 헌금을 했다. 1억 엔(10억원)이다. 교회 측은 야마가미가의 경제 사정이 어렵다는 걸 알고 헌금의 절반가량을 돌려줬다고 한다.
 
  사실 일본에서 가정연합이 문제 됐던 게 바로 헌금이다. 고액의 헌금을 내게 한다는 문제 제기가 여러 번 있었다. 이에 대해 다나카 회장에게 물었다. 그의 답이다.
 
  “헌금은 자신의 의지로 내는 것입니다. 의지가 아닌 협박이나 힘으로 강제받았다면 형사 범죄입니다. 헌금과 관련해 가정연합이 사기나 협박으로 유죄를 받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가정연합이 민사 사건들에 연루되자, 2009년 당시 회장이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선언을 하며 사임했습니다. 컴플라이언스 선언은 이후 교단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헌금이 과도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도하며, 특히 눈에 보이지 않는 영계라든가 조상, 이런 것들을 가지고 마치 협박하는 식이 되지 않도록 굉장히 주의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컴플라이언스는 법령이나 윤리를 지키도록 하는 내부통제를 뜻한다. 계속된 그의 말이다.
 
  “이제는 10만 엔(약 100만원)을 초과하는 헌금을 받을 때는 반드시 확인서를 남기도록 하고 있습니다. 빌려서 하는 헌금은 아닌지, 헌금을 통해 가정 형편이 어려워지진 않는지, 가족의 동의를 받았는지를 체크하고 있습니다.”
 
  만약 종교 법인 해산 청구가 받아들여진다면 어떻게 될까? 가장 큰 변화는 자산이다. 교회 건물 등 가정연합의 일본 내 자산이 모두 정부에 몰수당한다. 법인 명의로는 아무것도 소유할 수 없게 된다.
 
 
  일본을 지배하는 ‘空氣’
 
  해산 청구 결정은 3심을 거쳐야 하니 아무래도 시간이 걸릴 터다. 문제는 가정연합 신자들이 현재 받고 있는 피해다. 여기엔 ‘공기(空氣)’가 작용한다.
 
  일본에서는 흔히 ‘공기가 중요하다’는 말을 한다. 이때의 공기는 굳이 풀어보자면 ‘분위기’ ‘무언의 법칙’ 등이다. 일본 사회를 이해하려면 반드시 이해해야 하는 용어다. 《공기의 연구》를 쓴 야마모토 시치헤이는 이 공기를 두고 ‘일본을 조종하는 보이지 않는 힘’이라고 말했다.

 

7월 23일 가정연합 측을 대변하고 있는 후쿠모토 노부야 변호사를 도쿄에서 만났다. 후쿠모토 변호사는 도쿄대 법대를 나와 일본 검찰청에서 근무했다. 그 역시 ‘공기’를 언급했다. 그의 말이다.
 
  “일본에서는 논리적 의사 결정이 아니라 공기의 의사 결정이 우선되어 비합리적인 결정이 내려질 때가 있습니다. ‘공기가 이렇다’고 결정되면 모두가 그 흐름을 따라갑니다. 냉정히 따져보면 이길 수 없는 태평양 전쟁에 일본이 돌입한 것도, 3000명이 탄 전함 야마토의 최후도 모두 공기의 힘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전함 야마토의 출격은 무모한 짓이었다. 데이터나 명확한 근거가 있었다. 그러나 야마토의 출격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아무런 근거가 없었다. 그렇지만 출격할 수밖에 없는 공기가 흐르고 있었다.  
 
  그는 관동대지진 사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100년 전인 1923년 관동대지진이 일어났습니다. 지진 직후 혼란 속에서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던졌다’ ‘조선인이 불을 질렀다’ 이런 근거 없는 유언비어가 사회에 퍼졌습니다. 많은 재일 조선인분들이 체포되고 학살되는 마음 아픈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공기가 지배한다’는 일본 사회의 체질이 일으킨 최악의 사례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어떤 인물, 어떤 인종, 어떤 단체가 악(惡)이라는 공기가 일단 조성돼 버리면 사회 전체가 한꺼번에 그들을 배척하고 말살시켜 버리는 게 일본 사회의 아주 슬픈 특징입니다.”
 
 
  2급 시민 된 가정연합 신도들
 
  다나카 회장 역시 공기를 언급했다.
 
  “정부가 해산 명령을 청구한 후 일본의 공기가 바뀌었습니다. 정부가 가정연합을 반사회적 단체로 인정했다는 판단이 일본 전역을 덮었습니다. 중앙 정부뿐만 아니라 지방 정부 중에서도 가정연합과의 관계를 단절한다는 선언을 하는 곳이 나타났습니다. 이 결과 신도들이 인권 침해를 당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부의 보증으로 가정연합 신도들은 2급 시민 대우를 받게 된 겁니다. 교단이 파악한 피해만 1만 건이 넘습니다. 협박 전화가 걸려오고, 교회로 칼이 배달되어 오고, 신도들이 개별적으로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 어떤 피해인가요?
 
  “신자라는 이유로 자동차를 못 사는 일도 있었습니다. 회사로부터 팔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는 겁니다. 가정연합을 싫어하는 남편이 폭력을 행사해 뼈가 부러진 분도 있어요. 학교 시험에서 가정연합을 비방하는 문제를 낸 사례도 있습니다. 문제의 정답의 첫 번째 글자를 읽으면 ‘가정연합 바보’가 되도록 문제를 내는 식입니다. 이것에 대해서는 교육위원회에 호소해 사죄를 받았어요.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충격받은 것은 신자인 학생들이 시의 허가를 받아 꾸민 화단에 관한 겁니다. 시는 가정연합과의 관계를 단절하겠다며 학생들이 화단에 심은 꽃을 뽑아서 가져가라고 지시를 내렸습니다. 학생들은 울면서 꽃을 가져갔다고 합니다.”
 
 
  자살하는 신도들
 
  차별이 이어지자 가정연합 신자들 사이에서 ‘종교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2세의 모임’이 꾸려졌다. 대표인 고지마 기야키(28) 씨를 도쿄에서 만났다. 고지마 씨는 가정연합 교단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의 얘기다.
 
  “대학교 사회학과 수업에서 교수가 ‘가정연합은 악한 종교다’라고 강의한 후, ‘가정연합이 악한 이유에 대한 리포트를 써라’는 과제를 낸 겁니다. 그 수업을 신도인 학생이 듣고 있었습니다. 수업을 들은 후 그 학생은 충격을 받아 학교에 가기 싫어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결국 대학을 그만뒀어요.”
 
  자살한 신도들도 있다고 한다. 고지마 씨가 들은 사례만 4명이다. 기사의 시작에 언급한 청년을 포함한 숫자다. 그 청년은 자신의 신앙을 주위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어 직장 동료들에게 가정연합 신자라는 걸 알렸다고 한다. 그런데 하필 그 직후 아베 암살 사건이 일어난 거다. 이후 이지메(집단 따돌림)를 당하고 업무에서도 열외 됐다고 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명백한 인권 침해다. 특정 종교를 개인적으로 얼마든지 싫어할 수 있지만, 공적 영역에서 차별하는 건 전혀 다른 얘기다. 전 세계 모든 나라에 적용되는 인권 규범이다. 세계인권선언 제2조는 이렇게 명시하고 있다.
 
  “모든 사람은 인종, 피부색, 성, 언어, 종교, 정치적 또는 기타의 견해, 민족적 또는 사회적 출신, 재산, 출생 또는 기타의 신분과 같은 어떠한 종류의 차별이 없이, 이 선언에 규정된 모든 권리와 자유를 향유할 자격이 있다.”
 
 
  심리 기저의 혐한(嫌韓) 정서

 

국제 인권규범과 상관없이 돌아가는, ‘공기’에 조종되는 일본 사회의 민낯을 목격한 기분이었다. 가정연합 신도들이 이런 차별을 받는 게 사실일까. 평범한 일본인들에게 물었다. 주로 사업가, 회사원들이었다. 이들 중 다수가 ‘일본인들은 타인의 종교에 별 관심이 없다. 종교를 두고 차별할 이유가 없다. 가정연합을 해산하라고 재판 결과가 나오진 않을 거다’라고 말했다.
 
  일본인을 두고 ‘혼네(本音)’와 ‘다테마에(建前)’를 얘기한다. 혼네는 본심, 다테마에는 겉치레, 빈말을 뜻한다. 대개의 경우 오랜 시간 교류하고 친분을 쌓아야 혼네를 보여준다. 이 문제에 대한 일본인들의 혼네는 어떤 걸까. 기자와 오랜 시간 교류하며 신뢰를 쌓아온 일본인 지인들에게 다시 물었다. 혼네를 보여주는 사이인 한 일본 여성은 이렇게 말했다.
 
  “만약 통일교 신자라고 하면 친구라 하더라도 더 이상 만나지 않을 거야. 직장 동료라 해도 더 이상 교류하지 않을 거야.”
 
  다른 일본인 지인은 “보증인이 통일교인 임차인이라면 집을 구하지 못하는 차별을 받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왜 이들은 이렇게 생각할까. 여러 명과 대화를 나눈 후 기자가 생각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성공한 외래 종교에 대한 거부감이다. 일본에도 여러 신흥 종교나 분파가 있다. 가정연합 외에도 창가학회, 여호와의 증인, 몰몬교, 예수그리스도후기성도교회 등이다. ‘행복의 과학’이라는 신흥 종교도 있다. 이 중 일본 정치권에까지 영향력을 미치는 종교는 창가학회와 가정연합 정도다. 자민당, 민주당에 이은 제3당인 공명당은 창가학회를 모태로 탄생했다. 공명당은 자민당과 연립해 온 연립 여당이다. 가정연합은 별도의 당을 내세우고 있진 않지만 승공연합을 통해 자민당과 이념적으로 연대해 왔다. 창가학회와 가정연합의 차이점은 창가학회는 일본에서 탄생한 토종 종교라는 점이다.
 
  둘째, 일본인들 심리 기저에 있는 혐한(嫌韓) 감정이 어느 정도는 작용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일본에서 TV를 켜면 여기저기서 한국인들이 보인다. 지난해 말 열린 74회 〈홍백가합전〉에는 K-팝 아이돌이 다섯 팀이나 출연했다. 뉴진스, 트와이스 유닛 그룹 미사모, 아이브, 르세라핌, 스트레이 키즈였다. 방송의 전체 출연진은 44팀이었다. NHK가 1951년 시작한 〈홍백가합전〉은 일본의 연말을 장식하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한국의 연예인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요리 프로그램 등 여기저기에서 패널로 활약한다. 아무리 한류가 유행이라지만 이것은 조금 심한 것 아닌가라는 속내를 갖고 있는 일본인들이 있는 것 같다. 기자가 직접 그런 말을 들은 경우도 있다. 결국 한국에서 온 문화, 사람에게 지배되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경계심이다.

 

 폼페이오 “한국 정부, 북핵 위협에 자국민 보호할 권리 있어”

 

마이크 폼페이오(60) 전 미국 국무장관은 국제종교자유정상회의(IRF) 서밋 아시아 참석차 도쿄를 찾았다. 행사가 끝난 후 기자는 폼페이오 전 장관을 따로 만나 인터뷰를 했다.
 
  ― 국무장관 재임 시절인 2018년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세 명을 구출했지요? 당시 어떤 점을 느꼈나요.
 
  “그때 구출해 온 이들과 함께 억류되어 있었던 오토 웜비어를 기억해야 합니다. 웜비어는 그곳에서 학대를 받다가 사망했지요. 세 명의 기독교 목사들을 집으로 데려온 것은 엄청난 축복이었습니다. 제가 두 번째로 북한을 방문했을 때, 그들이 미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김정은 위원장에게 말했습니다. 그리고 미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공항에 도착하고, 그때야 그들을 집으로 데려갈 수 있었습니다. 미국 정부는 그들을 구출하기 위해 한 푼도 지불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나쁜 인간들과 거래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자유와 권리를 회복시켜 달라고 요구했을 뿐입니다.”
 
  ― 오늘날 종교의 자유가 어떤 면에서 도전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전부 말하자면 너무 긴 목록이 되겠네요. 중국 내에서 기독교 가정 교회나 가톨릭 신앙에 대한 종교의 자유가 거부되고 있고, 티베트에선 탄압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오늘날 중국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중국의 크기 때문에 전 세계 어느 곳보다 더 많은 수의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특히 위구르족에 대한 집단 학살은 전 세계 어느 곳보다 더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 북한에는 여전히 종교의 자유가 없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세 차례 정상회담을 할 때 우리의 주요 목표는 북한의 핵무기가 수만, 수십만 명의 사람들에게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지만, 인권 문제도 다뤘습니다. 우리는 유엔 회원들을 설득했습니다. 저는 사람들이 2017년의 일들을 잊고 있다는 게 놀랍습니다. 당시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중국과 러시아 모두 트럼프 정부의 북한 제재를 지지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여전히 그것이 유효하고, 달성할 수 있는 모델이라 생각합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대통령이라면, 북한 주민들이 지금처럼 억압받는 것이 최선의 이익이 아니라는 걸 중국과 러시아에 설득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 일본 정부는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에 대한 종교 법인 해산 청구를 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나요.
 
  “일본 정부는 종교의 자유와 종교적 관용에 대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을 유지해야 합니다. 교회를 해산해서는 안 됩니다. 역사적으로 많은 교회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미국의 가톨릭 교회에서 사제들의 학대 사건도 일어났습니다. 정부의 올바른 대응은 교회를 없애는 게 아니라 그 지도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입니다. 종교적 자유를 침해하면서 교회를 해산하는 것은 올바른 해결책이 아닙니다.”
 
  — 한국의 핵무장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결정은 한국 정부에 달려 있습니다. 모든 주권 국가에는 자신들만의 길을 모색할 권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가 많아질수록 전략적 억제를 실행하는 것이 더욱 복잡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한반도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변화시켜, 한국 정부가 실제로 그러한 행동을 취할 필요가 없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이 김정은 위원장의 핵무기 위협을 받고 있다는 걸 이해합니다. 한국 정부가 그 위협으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할 권리와 책임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